삶을 보는 관점의 의미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한편 인생의 의미란 무얼까에 대한 답을 주는 소설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예전에 읽었던 모파상 단편선이 떠올랐습니다. 요즈음 삶을 보는 관점에 따라 인생의 의미도 달라진다는 것을 일상에서 많이 경험 중인 것 같습니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가까운 관계가 아님에도 회사라는 공간에서 매일 많은 시간을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를 겪으며 이 경험이 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똑같은 동료들과 함께 하는 많은 시간이 축적될 수록 끈끈한 관계가 된다기보다 오히려 서로 잘 모르고 있구나 깨달음이 늘어납니다. 함께 웃고 일에 대해 진지하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관계는 아니니 그 상황에 익숙해질만도 한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물론 마음이 정말 통하는 몇몇 동료들과의 관계에 감사하며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던 일을 그만둘 계획은 없으니 매일 겪는 피상적 관계를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매일의 무료한 반복 속에서 삶의 교훈을 찾아내고 싶었습니다. 그 생각에 이르렀을 때 모파상의 단편을 읽고 느꼈던 인간의 어리석음이 왜 떠올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현실을 직면하고 씁쓸함을 느끼는데 그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저의 요즈음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단편을 읽고 삶을 보는 관점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모파상의 단편선은 대학생 때 처음 읽었기 때문에 직장인인 요즈음 학생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을 그리워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목걸이, 내 삶 그대로의 소중함과 관계의 진실성
모파상의 단편 중 기억에 남는 두 편이 있습니다. <목걸이>와 <노끈 한 오라기>입니다. <목걸이>는 평범한 공무원의 아내가 파티에 초대 받자 친구의 목걸이를 빌려 치장하고 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가진 옷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제대로 된 장신구 하나 없다고 생각하여 모임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였는데 남편이 친구에게 보석을 빌려 보라고 권유합니다. 비싼 목걸이를 빌려 즐겁게 파티에 다녀오지만 집에 오는 길에 목걸이를 잃어 버리게 됩니다. 친구에게 목걸이를 잃어버렸단 이야길 못하고 똑같은 목걸이를 비싼 값에 주고 사서 친구에게 줍니다. 그리고 자신은 10여년 간 목걸이 값을 갚기 위해 억척스럽게 살게 됩니다. 후일 길에서 그 친구를 다시 만나 목걸이를 잃어 버렸던 사정을 솔직히 얘기하는데 친구는 놀라며 대답합니다. 그 목걸이는 가짜였었다고 말입니다.
내 삶 그대로의 소중함을 알고 살았다면 주인공은 자신의 옷을 그대로 입고 단정한 모습으로 파티에 참여하는 것으로 만족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의 모습은 낮추어 보고 친구의 모습은 높이 본 결과 친구의 가짜 목걸이도 진짜로 여기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합니다. 그래도 주인공의 왜곡된 생각이 여기서 그쳤다면 다행이었겠지만 목걸이를 잃어 버리고 친구에게 솔직하게 말을 못하는 실수를 더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허영심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허영심의 무게와 그에 따르는 책임을 알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한 친구에게 솔직이 사정을 말하고 용서를 구했더라면 비싼 목걸이 값을 치르느라 힘겨운 삶을 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주인공과 친구는 목걸이를 빌리는 가까운 관계이기는 했지만 결국 그 인간 관계에서 진실성은 결여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단편을 읽으며 내 삶 그대로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진실성을 유지하자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노끈 한 오라기, 한마디 말의 중요성
또 다른 모파상의 단편 <노끈 한 오라기>도 불완전한 인간 본성의 단편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장터로 가던 도중 노끈 한 오라기를 줍습니다. 그런데 주인공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네 주민이 그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찮은 노끈을 줍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주인공은 숨기듯 노끈을 품에 감추고 곧 장터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으니 발견하면 알려 달라는 공지가 알려집니다. 주인공이 지갑을 줍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동네 주민으로 인해 주인공은 경찰 조사도 받고 마을 사람들의 의심을 사게 됩니다. 결국 다른 사람이 지갑을 발견하여 주인에게 돌려 주었지만 주인공을 향한 사람들의 눈초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결국 몸이 좋지 않게 되어 죽음에 이릅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거짓말의 힘, 평판의 힘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씁쓸한 결말에 마음 한 켠이 허전하기도 하지만 이런 단편들을 읽고 나면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당시 생활상을 바탕으로 한 줄거리인 한편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파상의 문체가 현실감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저는 <노끈 한 오라기>를 다시 읽고 타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고 한마디 말의 힘을 알고 바른 말 고운 말에 힘쓰자고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즐거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평범하지만 바쁜 직장인으로 살면서 때로는 이와 같은 삶이 맞는 것일까 의문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자투리 시간을 내어 마음이 가는 책을 읽고 산책을 하며 마음 공부가 될만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듣고 합니다. 모파상의 단편들을 오랜만에 읽으며 현재 제 삶 안에서도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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