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소설에 빠져들다
여름 휴가를 보내며 읽으려 놔두었던 책 한 권을 꺼내들었습니다. 재미있다는 이야긴 들었지만 책 두께가 두꺼운 편이어서 쉽게 펼쳐들지 못했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그 책입니다. 첫째 날엔 10 페이지만 읽자고 생각하고 조금만 읽었어요. 둘째 날에도 조금만 읽자고 생각했는데 초저녁에 펼쳐들어 끝까지 보고 나니 자정 즈음이 되었습니다.
소설은 오랜만에 읽는 것이어서 재미있는 소설을 제 개인적으로 재미없게 읽게 될까봐 조금씩 읽으려 했었어요. 그런데 그건 저의 기우였습니다. 읽을수록 뒤에 무슨 내용이 나올지 궁금해져서 계속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말은 제 상상을 뛰어넘었어요. 정말 간만에 소설에 빠져들어서 몰입감 있게 보았습니다.
며칠 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일본 소설을 읽은 뒤 어제는 우연히 오랜만에 일본 드라마 <심야 식당>을 보게 되었어요. 이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줄거리는 다르지만 소소한 일상 속 치유를 주제로 한 부분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세 도둑이 한 잡화점에 숨게 되는 내용으로 시작 됩니다. 그 뒤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제목에 표현된 그대로 기적이라고 느껴졌어요. 물론 책을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시공간을 넘나든다는 점에서 판타지 소설처럼 와닿았어요.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사람들의 삶이 서로 얽힌 가운데 펼쳐지는 기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래와 현재의 연결, 그리고 그 이상
이 소설 줄거리의 중심 축에는 나미야 잡화점이 있습니다. 평범한 잡화점에서 상담을 받아서 답변을 해주기 시작하면서 이 가게는 특별한 공간이 됩니다. 소설의 초반부를 읽으면 세 도둑이 잡화점에 숨었다가 어떤 사람의 상담 편지를 받게 되고 이에 답해주는 내용이 나와요. 저는 이 내용을 읽을 때까지도 다음에 나올 내용이 크게 궁금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또 세 사람이 답해준 편지가 과거로부터 온 것이라는 내용이 나올 때까지도 제게 궁금증이 일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더하여 별 다른 설명이 없이 다음 장이 이어지고 있었고 그때부터 몰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결국 소설 전반에 걸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 되면서 보여지고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여러 사연을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는 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가 상담 편지에 진지하게 임하셨던 것도 사랑으로부터 시작된 작은 행동입니다. 친자녀로부터 존중 받지 못한 이모 할머니를 키워주셨던 정에 보답하고자 보살핀 한 주인공의 모습도 사랑으로 느껴졌어요. 도둑이 등장하고 보육원 사연이 나오는 줄거리 안에서도 눈물과 함께 결국엔 사랑이 보였습니다. 이 소설 안에서 현재와 과거가 교차 되면서 나와서 요즘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현재와 미래의 연결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미래의 우리가 현재의 우리에게 사랑을 담아 편지를 보낸다면 이 소설에서처럼 결국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모두가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나의 작은 행동이 타인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현재의 세 도둑과 과거의 사람들이 소통을 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어떤 종류의 설레임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특히 남의 물건을 훔친 도둑이 어떤 사람들에게 상담 답변을 주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고 재밌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잡화점 할아버지가 자신이 답했던 편지의 영향력을 걱정하는 장면에서 일종의 자기 성찰이 일어났어요. 앞서 말한대로 현재의 사람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상담 답장이 아닌 나의 작은 행동이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정말 평소에 삶을 살면서 아예 잊어버리고 살았던 부분이었어요.
조심한다고 하면서도 무심코 말하고 행동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는 나 자신, 그리고 타인에게 잡화점 할아버지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거꾸로 내가 본 타인의 말과 행동 이면에는 내가 보지 못한 희생과 사랑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이야기에 푹 빠져서 책을 다 읽고 나니 기분이 좋았어요. 게다가 소설의 결말이 제가 좋아하는 따뜻함을 전해주어서 마음 따스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줄거리를 알지 못하고 두꺼운 책을 펼쳐들 때 부담감을 먼저 느꼈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앉은 자리에서 책을 다 읽고는 간만에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잘 쉬는 휴가철이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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