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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퇴사전 필독,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by Happy15 2022.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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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가는 어느 직장인의 퇴사 이야기

작가가 전직 기자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책의 문장들을 읽으며 참 잘 썼다고 느끼며 읽었습니다. 이 책에는 평범한 직장인이 퇴사를 고민할 때 읽어봐도 자신의 상황에 적용해볼만한 이야기가 꽤 많은 듯 합니다. 기자가 직업이던 작가는 꿈을 이루었지만 꿈 때문에 불행해졌다고 했습니다.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원하던 기자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이미 입사 때부터 에너지를 많이 소진한 상태였고 격무와 상사의 질책 등이 이어지면서 정상적 회사 생활이 어렵게 됩니다. 결국 자주 화를 내고 작은 일에 분노하게 되거나 상사의 지적을 남편과의 저녁 식사 때까지 곱씹게 되는 일 등을 경험하다가 퇴사를 하게 됩니다. 마침 결혼하였고 전업주부라는 선택지가 있었던 것입니다.
작가는 전업주부가 되기 전 회사에서 기혼 여성으로 겪은 일화를 소개합니다. 회사에서 결혼 이후 한직으로 발령이 났고 이는 회사 측의 배려였지만 작가 개인에게는 회사에서 ‘배제’된 의미였습니다. 작가는 배신감을 느꼈고 마침내 퇴사로 이어졌지만 이러한 결과가 생긴 것이 회사만의 잘못은 아니라 말합니다. 저도 퇴사의 경험이 있기에 이 부분에 공감하였습니다. 되돌아 보면 회사와 내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겨나서 직장을 떠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퇴사를 하게 된 당시에는 나에게 회사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탓하는 마음도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을 두고 보면 서로 맞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퇴사 후 아이 없는 전업주부로서의 삶

작가가 전업주부가 되어서 제일 좋은 것은 마음 놓고 하는 요가였다고 합니다. 전문가 수준으로 요가를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아침 시간에 어느 정도 강제적으로 일어나 요가를 다녀오면 하루 일정도 정리되었습니다. 요가를 지속하던 어느 날 내면에서 스스로에게 그 정도면 할 만큼 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들려옵니다. 작가가 지인에게 퇴사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가를 안해보고 퇴사한 것은 후회된다고 했다니 요가가 주는 좋은 영향력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작가가 직장을 다니면서 보았던 전업주부의 삶은 편안해 보였습니다. 실제로 저자도 전업주부가 되면서 사계절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시간의 자유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도 티가 크게 나지 않는 ‘휘발되는’ 가사 노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내린 절충안으로 가사 노동을 적당히 하게 되었습니다. 또 전업주부를 해보니 직장인일 때와 달리 운동을 마친 후 친구와의 커피 타임이 기다려질 정도로 외로움을 겪게 됩니다. 전업주부 엄마를 이해를 못했었는데 직장을 관둔 뒤 절약을 나를 향해서 하고 있는 자신도 발견하게 됩니다. 전업주부의 민낯을 보게 되는 작가의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전업주부로서 직장을 다니지 않게 되니 직장이나 경제력과 관련된 편치 않은 경험도 하게 됩니다. 외벌이 남편의 번아웃증후군을 보며 이제는 같은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코치가 아니라 치어리더로 역할할 뿐인 자신을 발견합니다. 또 남편이 벌어온 월급으로 친정 엄마 옷을 선물로 사며 효도는 셀프가 아닌가 하는 불편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작가는 전업주부가 된 것에 떳떳하지 않다가 결국 피해의식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서 끌려가는 삶과 밀고 나가는 삶의 차이를 알게 되고 책을 쓰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업주부로부터의 퇴사

작가는 전업주부로서 살다가 스트레스는 없지만 무기력한 삶을 겪고 무엇이 간절히 되고 싶은 상태가 자유임을 깨닫습니다. 저도 한때 퇴사를 고민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작가가 얘기하는 퇴사 이후의 삶이 구구절절 공감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직장을 관두는 것은 어쩌면 쉬운 일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제게 주어질 시간적 자유를 제가 감당할 수 있는지, 그 시간 동안 내가 간절히 이루고 싶은 다른 일은 있는지 자꾸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작은 깨달음은 직장을 다니든 다니지 않든 ‘나’의 방향성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일을 하는 것이 내가 좋아지는 방향인지 끊임없이 내게 되물을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직장 생활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라 여겨졌습니다. 작가는 남편에게 자기만의 방을 선물 받고 사회로 돌아가게 됩니다. 자기만의 방이란 집에 온전한 작가의 공간을 꾸민 것입니다. 작가의 남편이 전업주부인 아내를 두고 집에서 논다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이는 전업주부의 모호한 정체성을 표현한 것일 뿐 아내를 비하한 것은 아닙니다. 저도 스스로에게 자신만의 방 같은 대안을 줌으로써 진정한 당당함을 갖추고 직장 생활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퇴사를 결심할 것인가, 회사에 남을 것인가 결정하는 몫은 온전히 독자의 것이겠습니다. 퇴사를 고민할 때 올바른 결정을 내리게 도와줄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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