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어볼까, 헤르만 헤세의 책
올해도 3개월이 채 남지 않아서 한 해를 되돌아보고 남은 매일을 잘 보내야지 다짐하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맑고 파아란 가을 하늘에 기분이 좋은 한편, 나만의 삶의 방향을 정비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나름의 진지한 시간들을 보내는 중이에요.
아직 읽지 않은 고전이 많아서 이것 저것 읽어봐야지 하던 중에 헤르만 헤세의 책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수레 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을 읽었는데 제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이었어요. 줄거리를 모르는 상태로 읽으니 끝이 궁금하기는 한데 당시 시대적 배경, 작가가 이런 이야길 쓰게 된 배경 등을 잘 모르는 상태여서 더디게 읽게 되었어요. 다 읽고 보니 책의 내용상 천천히 읽는게 제게는 잘 맞는 방법이긴 했어요.
<수레 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지 못했던 청년의 삶에서 무기력함과 방황을 읽을 수 있었어요. 10대, 20대가 아닌 30대 이후가 되어도 자기 주도적 삶이 전제가 되어야 활력과 의지를 갖고 살아갈 수 있잖아요. 소설의 주인공인 한스는 총명한 학생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정작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책을 덮으며 그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한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누구나 내가 무얼 원하는지 잘 모를 때가 많고 자기 주도적으로 살기보다 타인의 인정에 기대어 살 때 더 안정감을 느끼지 않나 하는 생각 말이죠.
데미안을 읽으며 와닿은 문구들
이렇게 <수레 바퀴 아래서>가 생각을 많게 해주는 내용이었다면 <데미안>은 공감 가는 문구들이 가득해서 내용이 더 명료하게 다가왔어요. 특히 아래의 몇 개의 문장들을 접하며 맞는 말이다 싶어서 메모하게 되었어요.
"그러나 나에게 있어 마음을 끄는 것은 나 자신에 도달하기 위해 내가 일생 동안 걸었던 길 뿐이다."
"나 자신을 완성하고 나의 길을 발견하는 것은 나 자신의 문제다."
"너는 겨우 진리의 한 조각을 감지한 데 불과하다."
<데미안>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며 내면적 성장을 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자아 성찰과 탐구에 대한 내용이기도 해서 마음에 많이 와닿았어요. 요즈음 저 스스로의 관념에 의해 세상을 바라보는 저의 시야가 참 좁구나 느끼는 바가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의 제 모습은 다른 누가 아닌 제가 만든 것이라는 작은 알아차림도 자주 있었죠.
그래서 더욱 위의 문장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자주 하고 있던 생각들이 책에 나온 느낌이어서 열심히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이 왜 데미안에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을지 이해가 가기도 했어요. 데미안은 싱클레어라는 소년이 기존에 갖고 있던 세계관과 다른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는 너와 생각이 다르다'는 말과 함께 '너의 내면을 따라가라'는 말을 함께 해주고 있어요.
헤르만 헤세의 두 소설 모두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이야기인데 읽다 보면 어느 세대에게도 적용될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삶의 전반에 걸친 성장
나만의 삶의 방향을 정하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중에도 한번씩 무언가 확인하고픈 마음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인생에 하나의 정답이란 없지만 이게 내게는 맞는 답이란 어떤 확신을 갖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그에 대한 대답을 다른 누가 해줄 수는 없겠죠.
다만 제 삶에 있어서도 데미안과 같은 영향을 준 고마운 인연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제 생각이 다 맞다고 지지해준다기 보다 저와 다른 관점을 제시하되 어느 누구의 말이 맞다는 강요는 하지 않는 지인들이에요. 그들의 이야길 듣고 있으면 제 생각의 지평이 넓어져서 참 좋고 자연스럽게 선한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들과 함께 하면 천천히 자문한 부분에 대한 자답을 찾을 수 있어요.
한편 싱클레어의 눈에 비친 데미안을 상상해보면 세상에 순응하고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싱클레어가 데미안의 모든 면에 대해 표면적 지지를 보낼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싱클레어의 모습이 잘못된 것일까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니었어요. 한 인간이 삶의 전반에 걸쳐 성장할 때 타인의 모든 면을 흡수하듯 그렇게 성장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삶의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면 그 관계에 있어서 어느 누가 맞고 틀리단 개념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을 처음 접하였는데 생각보다 읽어내려가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한번 더 읽게 되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은 여운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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